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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십자가 공동체

소녀의 간절함

  • 작성자 : TAEWAN
  • 26-03-28 15:45

두 주전에 그레이스가 우리 집에 한 주간 머물다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세례받고 싶다기에 봄방학 때 와서 세례 교육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어머니의 신앙을 따라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교회 다닌 친구이고,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구주임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성인이 되어가면서 신앙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고 특히 자신만의 믿음을 가지고 싶은데 그 믿음에 대한 감정이 없다고 이 믿음이 진짜인지 여러 가지 질문을 하였습니다. 세례를 받고 싶은데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보니 그런 자격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순수한 소녀의 감성이 있지만, 교리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보니 여러 가지 면에서 확신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레이스가 온다기에 아내는 방 정리하고, 침구류를 모두 세탁하고,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서는 나보고 쓰지 말라고 사용 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레이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줄 겸, 세례 교육도 할 겸 해서 캠핑장을 2박3일로 다녀왔습니다. 아내와 단둘이 가면 소소한 장비만 챙겨가는 데 이번에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나갔습니다. 봄방학이라 사람들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얼음이 얼 수 있다는 기상예보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철수할까 하다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쓸어야 한다는 두 여인네의 지령에 따라 큰 텐트를 치고 2박3일 지낼 살림을 장만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정말 추웠습니다. 텐트 안에 나무 난로를 설치하고 불을 붙이고 시작된 신앙에 관한 이야기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느낄 만큼 깊은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두 사람이 잘 때 추울까 봐 작은 난로 옆에서 나무를 계속 집어넣고, 작은 불빛 아래에서 밀린 책을 읽으며, 정말 조용한 시간에 마음껏 기도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내는 그레이스가 딸이라 생각하며 좋아합니다. 자신의 일정이 바쁜데도 옷 몇 가지를 사고 기숙사에 들고 갈 음식이 필요하다기에 쇼핑몰 갔다가, 시온마트에 갔다가 달라스 코마트까지 ‘지구 한 바퀴’ 둘러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레이스가 집에 있을 때 저의 공간이 제약됩니다. 기타도 못 치고, 음악도 크게 틀어놓지 못합니다. 간밤에, 소변을 봐야 할 때에도 바로 옆이 소녀의 방이라 소리 날까 봐 여인네처럼 앉아서 볼일을 보고 조용히 물 한 바가지를 붓습니다. 청승맞다. 정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배려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오히려 섭섭하거나 야속한 점만을 보고 실망합니다.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그 믿음을 의심하지만, 하나님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를 배려하셨고,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하셨고, 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통해서 믿음을 가지게 하시고, 지켜주십니다. 고난주간동안 하나님께 무관심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사는 맛을 회복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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