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깊어지는 삶
- 작성자 : TAEWAN
- 26-03-21 19:21
목사는 기본적으로 책에 대한 욕심이 있습니다. 언젠가 요리해 먹겠다고 마트에 갈 때마다 조금씩 사둔 음식 재료가 팬트리에 가득한 것처럼 제 서재에도 읽어야 할 책들이 층층이 쌓여있습니다. 가볍게 읽을 에세이부터 크게 마음먹고 도전해야 할 신학 서적까지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종이책보다 휴대성이 좋은 전자책 서비스 ‘밀리의 서재’를 구독했습니다. 연회비를 내면 원하는 책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습니다.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기 위해 소장 중인 책을 PDF 파일로 변환해 작은 전자잉크 태블릿에 넣어 틈만 나면 읽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동안 모아둔 토저의 책들을 독파하고 있고, 오래전에 읽었던 빅터 플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최종엽씨의 “50에 읽는 중용”을 즐겁게 읽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짬짬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실 제가 책을 다시 손에 넣어서 열심히 읽는 이유는 최근에 ‘생각의 힘’이 부쩍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지만, 설교자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기에 내심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젊은 날에는 원고를 곧잘 외우기도 했는데, 이제는 한 문단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원고에 집착해야 하는 강박까지 생겼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아내가 제게 “신현우가 없네”라고 말했습니다. 제 모습이 이전과는 좀 달라졌다는 의미겠지요. 저는 기도하고 성경 읽는 것만으로도 삶이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말씀을 자신에게 비추어보는 ‘생각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삶을 끊임없이 성찰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지혜를 빌려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독서가 바로 그 방편입니다. 한 사람이 평생 고민하여 정리한 책을 읽는 것은 그 지혜를 거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그렇게 지혜를 얻다 보면 생각에 여유가 생기고, 실제로 말과 행동에 변화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새벽에 눈을 뜨면 교회 가서 기도합니다. 기도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독서는 기도 시간마저 풍성하게 합니다. 말 한마디의 어휘가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느끼며 회개하게 하는 ‘자기 성찰’의 근육이 길러지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일만 오래 하다 오랜만에 책을 잡았을 때는 잘 읽히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연습하다 보니 책의 유익함을 다시 경험하는 중입니다. 현재 우리 교회는 성경 공부가 진행 중입니다. 참여하시는 대부분이 60대를 훌쩍 넘기셨습니다. 늦은 나이에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실 겁니다. 머리를 쓰는 공부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는 만큼 삶이 변한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는 늦은 나이에도 깊이 적용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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